늙는 모습 천차만별이니 잘 늙는 데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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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모습 천차만별이니 잘 늙는 데 투자하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9/2018011901974.html
우리는 모두 처음 늙는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노아의 대홍수 이후 인간이 무병장수하여 자연사(自然死)할 수 있는 연령은 120세 전후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이 무슨 복이랴. 돌처럼 생명 없이 매달린 채 억지로 24시간을 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생명의 힘을 느끼며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그래서 백세 시대를 앞둔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노인이 아닌 위엄 있게 삶을 증거 하는 노인을 보고 싶다. 노화는 생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성숙하게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기록에 의하면 갈릴레이도 자신의 최고 저서 ‘새로운 두과학'을 72세에 썼으며,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92세에 사망할 때까지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에 매달렸다.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생산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말년에 다가갈 방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최근 ‘늙어감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세계 최정상의 노화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노년의 행불행은 하기 나름”이라며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이기고 잘 늙기 위한 일에 투자하면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 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의대 교수로 40여 년간 노인 임상을 다뤄온 세계 최고 노인학 권위자다.
‘늙어감의 기술'에서 그는 ‘노인은 다 비슷하다, 노인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깜빡깜빡한다’ 등등의 익숙한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생물학, 심리학, 문화적 차원에서 늙고 죽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통찰력에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에세이 ‘노년'의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보내 준 몇 장의 사진을 보니, 잭 니콜슨을 닮은 온후한 인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노화란 무엇인가요?
“노화란 기관계가 가진 비축분과 자가복구능력이 꾸준하게 침식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몸이 이윽고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소한 문제도 극복할 수 없어 짧은 시간 안에 죽음을 맞지요.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노화는 놀랄 정도로 부드러워요.”
-혹시 선생도 ‘늙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까?
“고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초등학생들에 비해 나이가 들었다고 느꼈지요(웃음). 직계 가족 중 내가 제일 연장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늙었다고 느끼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숫자만 좀 늘어났을 뿐이죠. 노화란 사실상 허상에 불과해요. 다른 사람의 눈에 늙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서서히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에 설득당하죠. 다행히 저는 아닙니다(웃음).”
-하지만 사람들은 늙는걸 두려워하지요.
“맞아요. 5천 년 전인 청동기시대 기대수명은 18세, 2천 년 전인 로마제국시대는 35세였어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80세를 넘는 장수를 누리게 됐어요. 그런데 이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드물어요. 다들 늙은 상태가 한없이 길어질까 봐 두려워하죠. 노인들은 자신이 지닌 잠재력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요. 저는 임상의로서 오랫동안 노인들을 진료하고 연구해 왔어요. 그들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충만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어요. 의학적으로 보면 노화엔 놀랄 만큼 긍정적인 진실이 있답니다.”
-40여 년 동안 어떤 노인들을 만나셨습니까?
“평균 나이 83세의 다양한 노인들을 만났어요. 근육은 축 늘어졌어도 눈에 총기가 넘치는 분, 뼈마디는 삐걱거려도 기억력은 젊은이를 능가하는 분도 있었지요.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즐거운 삶을 누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제게 큰 영감을 주는 노인들을 많이 알고 지냈어요. 죽기 전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즐기고 미소를 잃지 않은 분들이었습니다.”
-노인에 대한 편견 중 특히 바로 잡고 싶은 것은 있습니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시네요” 같은 가식적 접근은 노년의 개인성과 사회적 중요성을 평가절하시켜요. 젊음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노인이 청년보다 불행할 거라고 믿는 공중의 믿음부터 바꿔야 해요. 늙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더욱 성장해가는 과정이에요.”
-선생의 아버지는 장수했습니까?
“전직 외무부 직원이었던 제 아버지는 103세의 나이에도 국제 외교에 관한 책을 집필하셨어요. 5년 동안 매일 아침 2시간씩 휴대용 스미스 코로나 수동 타자기로 원고를 쓰셨죠. 젊은 시절 흥미를 느꼈던 분야를 기반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셨어요. 대부분 늙는다고 할 때 정신 기능 장애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건 근거가 없는 두려움입니다.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창조적 감수성과 지혜가 더 깊어지면 깊어졌지 줄어들지 않아요. 제 아버지야말로 말년에 더욱 창조성이 깊어지셨지요. 위대한 철학자인 몽테뉴도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심오하고 독창적인 수필을 썼어요. 그가 자신이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는 자신이 약해지고 있다고 느꼈을 때였습니다.”
-특별히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독특해진다,는 말이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노인들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독특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아닙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더욱 독특해지고, 차별화되죠. 노인들은 점점 서로를 덜 닮게 됩니다.”
-나이 들수록 개성이 더 강해진다고요?
“그래요. 나이 들수록 우리 각자의 사랑스러운 부분과 불완전한 부분이 더 강하게 돌출됩니다. 오히려 비슷비슷한 젊은이들보다 훨씬 다양해지죠.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도 다 제각각이죠. 노인의 독특함은 오랜 시간을 견딘 대가로 운명이 주는 보상이에요. 성격 면에서나 육체 면에서나 더 개인화된 노인들 덕에 제 진료도 거의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약의 반응도 제각각이고, 질병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처방도 다 다르거든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공공의료비의 많은 부분도 노인층에 쓰이겠지요?
“보건의료 역사를 통틀어 지출이 가장 큰 항목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앓는 질병이었습니다. 노인의 의존 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노화 때문이 아니라 질병 때문이에요.”
-나이 든다고 해서 학습 능력이나 창의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중년인 저조차 젊을 때 비해 총기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요?
“80세 노인 중 정상적 인지 기능을 가진 사람이 절반이 넘어요. 만약 총기가 떨어졌다면 필시 사고가 편협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그건 습관에 매달려 살기 때문입니다. 습관이란 어제라는 틀을 이용해서 오늘의 곤경에 대처하는 방식이지요. 습관에 의지할수록 예측불허 상황에 대처하는 뇌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집니다. 과거에 매달려 자기 삶을 백미러를 통해 경험하려는 습관을 멈추세요. 총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인도 낯선 상황을 피하면 안 됩니다.”
-기억력을 좋게 할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불필요한 기억을 줄이세요. 정직하게 행동하면 기억해야 할 것이 훨씬 줄어듭니다.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를 억지로 짜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서죠. 모든 이치가 그렇듯 기억력은 소홀히 할수록 점점 더 나빠집니다. 자주 사용할수록 좋아지죠. 짧은 시를 암기해 2주 정도 매일 그 시를 암송해보세요. 암송할만한 아름다운 시는 넘쳐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소개받으면 이름을 그 자리에서 따라 해 보고 대화 중에 자주 사용하세요.”
그는 인생의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수명 연장보다 기능을 유지하고 의존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노인이 되면 섹스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것도 편견인가요?
“성적 활동과 만족감이 나이가 든다고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성생활을 즐기는 것이 건강과 수명에 이롭지요. 미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65세 이상의 남성의 4분의 3, 그리고 여성의 70%가 현재의 성생활이 40대 때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답했어요. 물론 섹스에 관한 진짜 비밀은 사랑이 넘치는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겠지요.”
-노인이 되어서 우울감과 박탈감이 깊어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건 역설적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기를 바라서죠. 그렇다면 노년의 자존심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우리는 살아왔던 시간만큼 오래 죽은 상태로 기억될 거예요. 당신은 살아 있는 동안에 당신의 평판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요. 본질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위해, 더불어 타인의 삶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늙으면 약으로 지탱한다는 말이 유행입니다. 그런 문화에서 비타민제가 과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비타민 신봉은 그릇된 신념인가요?
“대부분의 노인은 영양 보충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죠. 굳이 먹고 싶다면 미네랄이 함유된 종합비타민제 하나 정도면 충분해요. 비타민D 수치가 낮다면 보충해줄 필요도 있어요. 약이란 이로우면서도 부작용도 심한 양날의 칼입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건강보충제를 줄이라고 충고하지만 의존하는 분들은 여전히 많더군요.”
-질병을 막고 건강하게 늙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장수를 촉진하는 단 하나의 식습관이나 이상적인 끼니 구성은 없어요. 생선과 과일 채소를 먹는 지역이 장수하는 경향이 있고 배부르게 먹는 사람보다 가볍게 자주 먹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늙는다는 통계는 있어요. 조언하자면 마트에 갈 때 돋보기를 가져가서 지방에서 나오는 칼로리가 30%가 넘는 식품은 줄이는 게 좋습니다.”
-선생의 식단 중 권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섬유질을 챙겨 드세요. 나이 들수록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화하는 것이 내가 됩니다. 접시의 반은 과일과 채소로 채우세요. 견과류는 불포화지방, 마그네슘, 구리 성분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으니 하루 1/4컵 정도 꼭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정상이나 마른 사람보다 살짝 비만인 사람이 사망률이 낮다는 게 사실인가요?
“맞습니다. 나는 내 환자 중에 누가 체중이 줄기 시작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보험회사에서 낸 보험통계표엔 살짝 과체중(이상적인 체중에서 10~20%를 넘지 않는 범위)인 사람이 저제중인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고 나옵니다. 50~70세 사이에 미국인 중 지난 2년 동안 체중이 줄어든 사람이 줄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확률이 더 높았어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교육과 더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나 은퇴자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아닐까요?
“노인에게 일은 중요합니다. 자기인식(self-definition), 자부심, 사회적 지위 등등 일이 주는 만족은 대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은퇴 후에도 큰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은 위험합니다. 대안 직업(alternative occupation), 개인적인 프로젝트, 자원봉사,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가벼운 육체노동 등 다양한 활동을 포괄해야 해요. 그리고 이런 활동은 젊은 시절부터 리허설을 해야 합니다.”
-노인에게는 일만큼이나 놀이가 중요한 건 또 왜 그렇습니까?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는 가장 늦은 나이에 데뷔한 샤첼 페이지가 말했습니다. “늙어서 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놀지 않으니까 늙는 겁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서만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산다고 느낍니다. ”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은 무엇인가요?
“걱정, 두려움, 무능력한 느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어린아이도 늙게 합니다. 노인에게는 교만과 허영이 독이 됩니다. 공감은 성공적인 노화에 필수 감정이에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먼 길을 걷는 것이라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비유를 기억하세요.
한 시골 노인에게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항상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가 그러더군요. “우주의 중심은 오직 하나밖에 없고 그 중심이 나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요. 인식에 균형이 잡히면 이 시골 노인처럼 외부 세상에 여유 있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선생에게 노화에 대한 가장 진실하고 긍정적인 영감을 준 사람 혹은 사건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문득 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어느 날 황제가 나이든 선생에게 청하기를 모여든 군중에게 영감과 희망을 주는 연설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나이든 선생은 천천히 단 위로 걸어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둘러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죽고, 그다음은 아들이 죽고, 그다음은 손자가 죽는도다.” 화가 난 왕이 노인에게 소리쳤습니다. “내가 삶에 영감을 주고 희망을 주는 연설을 해 달라 하지 않았느냐.” 그러자 현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삶의 자연스러운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만약 이 질서가 무너지면 우리는 정말로 고통스러워질 겁니다.”
-노인에게 추억이란, 그리고 미래란 어떤 의미입니까?
“늙어감을 잘 사용한 노인일수록 추억과 미래를 두루 통찰해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지’를 생산해 낼 수 있어요. 동시대인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줄 때 노인의 품위는 빛이 납니다.”
-젊은 세대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합니까?
“노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도 그렇게 결정해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노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내 모습에 통합된 나의 일부입니다. 나의 젊은 육신은 동시에 미래의 육신이기도 합니다. 노인은 젊은이들에게 늙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고,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죽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노인은 당연히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 돌봄, 존경 등을 받아야 합니다. 그 대가로 노인은 젊은이에게 문화적 의미, 안정성, 그리고 과거와의 연속성 등을 제공하죠. 세대는 서로 돕는 관계예요. 주변에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노인들을 찾아가 존경을 표하세요. 노년은 죽음의 서막이 아니라 삶의 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손 웰스는 “죽음이란 아이에게 멋진 장난감을 주고 놀게 한 후 잠자리로 보내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한 세기 전만 해도 인생은 장례식의 연속이었죠. 지금은 죽음이 병원이나 요양원에서만 일어나는 탓에 실제보다 더 요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요.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을 확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죽을 때도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죽습니다. 기존에 스트레스에 대처했던 메커니즘대로 죽음 앞에서 대응하기 마련이지요. 평소 스트레스에 의연하고 낙관적으로 대처하는 연습을 하세요.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후에 대한 극도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살 날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니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과 감정을 관리하세요.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해 노력 없이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잘 늙기 위해 투자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아요. 뿌린 만큼 거두는 법입니다.”
“나와 함께 늙어가자꾸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우리 앞에 놓여 있고
인생의 시작 또한 그 마지막을 위한 것이었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신의 뜻이고
신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모든 것을 내가 계획하였나니
젊음은 그 절반을 보여줄 뿐
나를 믿으라. 전체를 바라보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랍비 벤 에즈라'의 시의 첫 연.
착각 1 노인들은 다 비슷하다->나이들수록 생물학적으로 더욱 남다르고 독특해진다.
착각 2 살을 빼면 수명이 길어진다->마른 사람이 비만인 사람보다 사망 확률이 높다.
착각 3 나이들면 깜빡깜빡한다->80세 노인 중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사람이 80%가 넘는다.
착각 4 나이들면 학습능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생산적인 활동을 지속한다면 경험이 더해져 깊어진다.
착각 5 노화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생활방식을 잘 선택하면 노년의 삶의 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착각 6 노인은 사회경제적인 짐이다-> 생산라인 위주의 사고는 위험하다.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착각 7 노인들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 65세 이상 미국 성인 남녀의 70%가 40대때보다 성만족도가 높다.
우리는 모두 처음 늙는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노아의 대홍수 이후 인간이 무병장수하여 자연사(自然死)할 수 있는 연령은 120세 전후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이 무슨 복이랴. 돌처럼 생명 없이 매달린 채 억지로 24시간을 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생명의 힘을 느끼며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그래서 백세 시대를 앞둔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노인이 아닌 위엄 있게 삶을 증거 하는 노인을 보고 싶다. 노화는 생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성숙하게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기록에 의하면 갈릴레이도 자신의 최고 저서 ‘새로운 두과학'을 72세에 썼으며,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92세에 사망할 때까지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에 매달렸다.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생산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말년에 다가갈 방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최근 ‘늙어감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세계 최정상의 노화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노년의 행불행은 하기 나름”이라며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이기고 잘 늙기 위한 일에 투자하면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 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의대 교수로 40여 년간 노인 임상을 다뤄온 세계 최고 노인학 권위자다.
‘늙어감의 기술'에서 그는 ‘노인은 다 비슷하다, 노인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깜빡깜빡한다’ 등등의 익숙한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생물학, 심리학, 문화적 차원에서 늙고 죽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통찰력에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에세이 ‘노년'의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보내 준 몇 장의 사진을 보니, 잭 니콜슨을 닮은 온후한 인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노화란 무엇인가요?
“노화란 기관계가 가진 비축분과 자가복구능력이 꾸준하게 침식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몸이 이윽고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소한 문제도 극복할 수 없어 짧은 시간 안에 죽음을 맞지요.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노화는 놀랄 정도로 부드러워요.”
-혹시 선생도 ‘늙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까?
“고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초등학생들에 비해 나이가 들었다고 느꼈지요(웃음). 직계 가족 중 내가 제일 연장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늙었다고 느끼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숫자만 좀 늘어났을 뿐이죠. 노화란 사실상 허상에 불과해요. 다른 사람의 눈에 늙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서서히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에 설득당하죠. 다행히 저는 아닙니다(웃음).”
-하지만 사람들은 늙는걸 두려워하지요.
“맞아요. 5천 년 전인 청동기시대 기대수명은 18세, 2천 년 전인 로마제국시대는 35세였어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80세를 넘는 장수를 누리게 됐어요. 그런데 이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드물어요. 다들 늙은 상태가 한없이 길어질까 봐 두려워하죠. 노인들은 자신이 지닌 잠재력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요. 저는 임상의로서 오랫동안 노인들을 진료하고 연구해 왔어요. 그들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충만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어요. 의학적으로 보면 노화엔 놀랄 만큼 긍정적인 진실이 있답니다.”
-40여 년 동안 어떤 노인들을 만나셨습니까?
“평균 나이 83세의 다양한 노인들을 만났어요. 근육은 축 늘어졌어도 눈에 총기가 넘치는 분, 뼈마디는 삐걱거려도 기억력은 젊은이를 능가하는 분도 있었지요.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즐거운 삶을 누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제게 큰 영감을 주는 노인들을 많이 알고 지냈어요. 죽기 전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즐기고 미소를 잃지 않은 분들이었습니다.”
-노인에 대한 편견 중 특히 바로 잡고 싶은 것은 있습니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시네요” 같은 가식적 접근은 노년의 개인성과 사회적 중요성을 평가절하시켜요. 젊음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노인이 청년보다 불행할 거라고 믿는 공중의 믿음부터 바꿔야 해요. 늙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더욱 성장해가는 과정이에요.”
-선생의 아버지는 장수했습니까?
“전직 외무부 직원이었던 제 아버지는 103세의 나이에도 국제 외교에 관한 책을 집필하셨어요. 5년 동안 매일 아침 2시간씩 휴대용 스미스 코로나 수동 타자기로 원고를 쓰셨죠. 젊은 시절 흥미를 느꼈던 분야를 기반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셨어요. 대부분 늙는다고 할 때 정신 기능 장애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건 근거가 없는 두려움입니다.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창조적 감수성과 지혜가 더 깊어지면 깊어졌지 줄어들지 않아요. 제 아버지야말로 말년에 더욱 창조성이 깊어지셨지요. 위대한 철학자인 몽테뉴도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심오하고 독창적인 수필을 썼어요. 그가 자신이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는 자신이 약해지고 있다고 느꼈을 때였습니다.”
-특별히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독특해진다,는 말이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노인들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독특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아닙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더욱 독특해지고, 차별화되죠. 노인들은 점점 서로를 덜 닮게 됩니다.”
-나이 들수록 개성이 더 강해진다고요?
“그래요. 나이 들수록 우리 각자의 사랑스러운 부분과 불완전한 부분이 더 강하게 돌출됩니다. 오히려 비슷비슷한 젊은이들보다 훨씬 다양해지죠.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도 다 제각각이죠. 노인의 독특함은 오랜 시간을 견딘 대가로 운명이 주는 보상이에요. 성격 면에서나 육체 면에서나 더 개인화된 노인들 덕에 제 진료도 거의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약의 반응도 제각각이고, 질병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처방도 다 다르거든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공공의료비의 많은 부분도 노인층에 쓰이겠지요?
“보건의료 역사를 통틀어 지출이 가장 큰 항목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앓는 질병이었습니다. 노인의 의존 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노화 때문이 아니라 질병 때문이에요.”
-나이 든다고 해서 학습 능력이나 창의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중년인 저조차 젊을 때 비해 총기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요?
“80세 노인 중 정상적 인지 기능을 가진 사람이 절반이 넘어요. 만약 총기가 떨어졌다면 필시 사고가 편협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그건 습관에 매달려 살기 때문입니다. 습관이란 어제라는 틀을 이용해서 오늘의 곤경에 대처하는 방식이지요. 습관에 의지할수록 예측불허 상황에 대처하는 뇌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집니다. 과거에 매달려 자기 삶을 백미러를 통해 경험하려는 습관을 멈추세요. 총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인도 낯선 상황을 피하면 안 됩니다.”
-기억력을 좋게 할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불필요한 기억을 줄이세요. 정직하게 행동하면 기억해야 할 것이 훨씬 줄어듭니다.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를 억지로 짜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서죠. 모든 이치가 그렇듯 기억력은 소홀히 할수록 점점 더 나빠집니다. 자주 사용할수록 좋아지죠. 짧은 시를 암기해 2주 정도 매일 그 시를 암송해보세요. 암송할만한 아름다운 시는 넘쳐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소개받으면 이름을 그 자리에서 따라 해 보고 대화 중에 자주 사용하세요.”
그는 인생의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수명 연장보다 기능을 유지하고 의존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노인이 되면 섹스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것도 편견인가요?
“성적 활동과 만족감이 나이가 든다고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성생활을 즐기는 것이 건강과 수명에 이롭지요. 미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65세 이상의 남성의 4분의 3, 그리고 여성의 70%가 현재의 성생활이 40대 때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답했어요. 물론 섹스에 관한 진짜 비밀은 사랑이 넘치는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겠지요.”
-노인이 되어서 우울감과 박탈감이 깊어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건 역설적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기를 바라서죠. 그렇다면 노년의 자존심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우리는 살아왔던 시간만큼 오래 죽은 상태로 기억될 거예요. 당신은 살아 있는 동안에 당신의 평판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요. 본질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위해, 더불어 타인의 삶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늙으면 약으로 지탱한다는 말이 유행입니다. 그런 문화에서 비타민제가 과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비타민 신봉은 그릇된 신념인가요?
“대부분의 노인은 영양 보충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죠. 굳이 먹고 싶다면 미네랄이 함유된 종합비타민제 하나 정도면 충분해요. 비타민D 수치가 낮다면 보충해줄 필요도 있어요. 약이란 이로우면서도 부작용도 심한 양날의 칼입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건강보충제를 줄이라고 충고하지만 의존하는 분들은 여전히 많더군요.”
-질병을 막고 건강하게 늙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장수를 촉진하는 단 하나의 식습관이나 이상적인 끼니 구성은 없어요. 생선과 과일 채소를 먹는 지역이 장수하는 경향이 있고 배부르게 먹는 사람보다 가볍게 자주 먹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늙는다는 통계는 있어요. 조언하자면 마트에 갈 때 돋보기를 가져가서 지방에서 나오는 칼로리가 30%가 넘는 식품은 줄이는 게 좋습니다.”
-선생의 식단 중 권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섬유질을 챙겨 드세요. 나이 들수록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화하는 것이 내가 됩니다. 접시의 반은 과일과 채소로 채우세요. 견과류는 불포화지방, 마그네슘, 구리 성분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으니 하루 1/4컵 정도 꼭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정상이나 마른 사람보다 살짝 비만인 사람이 사망률이 낮다는 게 사실인가요?
“맞습니다. 나는 내 환자 중에 누가 체중이 줄기 시작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보험회사에서 낸 보험통계표엔 살짝 과체중(이상적인 체중에서 10~20%를 넘지 않는 범위)인 사람이 저제중인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고 나옵니다. 50~70세 사이에 미국인 중 지난 2년 동안 체중이 줄어든 사람이 줄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확률이 더 높았어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교육과 더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나 은퇴자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아닐까요?
“노인에게 일은 중요합니다. 자기인식(self-definition), 자부심, 사회적 지위 등등 일이 주는 만족은 대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은퇴 후에도 큰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은 위험합니다. 대안 직업(alternative occupation), 개인적인 프로젝트, 자원봉사,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가벼운 육체노동 등 다양한 활동을 포괄해야 해요. 그리고 이런 활동은 젊은 시절부터 리허설을 해야 합니다.”
-노인에게는 일만큼이나 놀이가 중요한 건 또 왜 그렇습니까?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는 가장 늦은 나이에 데뷔한 샤첼 페이지가 말했습니다. “늙어서 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놀지 않으니까 늙는 겁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서만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산다고 느낍니다. ”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은 무엇인가요?
“걱정, 두려움, 무능력한 느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어린아이도 늙게 합니다. 노인에게는 교만과 허영이 독이 됩니다. 공감은 성공적인 노화에 필수 감정이에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먼 길을 걷는 것이라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비유를 기억하세요.
한 시골 노인에게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항상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가 그러더군요. “우주의 중심은 오직 하나밖에 없고 그 중심이 나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요. 인식에 균형이 잡히면 이 시골 노인처럼 외부 세상에 여유 있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선생에게 노화에 대한 가장 진실하고 긍정적인 영감을 준 사람 혹은 사건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문득 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어느 날 황제가 나이든 선생에게 청하기를 모여든 군중에게 영감과 희망을 주는 연설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나이든 선생은 천천히 단 위로 걸어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둘러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죽고, 그다음은 아들이 죽고, 그다음은 손자가 죽는도다.” 화가 난 왕이 노인에게 소리쳤습니다. “내가 삶에 영감을 주고 희망을 주는 연설을 해 달라 하지 않았느냐.” 그러자 현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삶의 자연스러운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만약 이 질서가 무너지면 우리는 정말로 고통스러워질 겁니다.”
-노인에게 추억이란, 그리고 미래란 어떤 의미입니까?
“늙어감을 잘 사용한 노인일수록 추억과 미래를 두루 통찰해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지’를 생산해 낼 수 있어요. 동시대인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줄 때 노인의 품위는 빛이 납니다.”
-젊은 세대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합니까?
“노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도 그렇게 결정해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노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내 모습에 통합된 나의 일부입니다. 나의 젊은 육신은 동시에 미래의 육신이기도 합니다. 노인은 젊은이들에게 늙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고,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죽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노인은 당연히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 돌봄, 존경 등을 받아야 합니다. 그 대가로 노인은 젊은이에게 문화적 의미, 안정성, 그리고 과거와의 연속성 등을 제공하죠. 세대는 서로 돕는 관계예요. 주변에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노인들을 찾아가 존경을 표하세요. 노년은 죽음의 서막이 아니라 삶의 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손 웰스는 “죽음이란 아이에게 멋진 장난감을 주고 놀게 한 후 잠자리로 보내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한 세기 전만 해도 인생은 장례식의 연속이었죠. 지금은 죽음이 병원이나 요양원에서만 일어나는 탓에 실제보다 더 요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요.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을 확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죽을 때도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죽습니다. 기존에 스트레스에 대처했던 메커니즘대로 죽음 앞에서 대응하기 마련이지요. 평소 스트레스에 의연하고 낙관적으로 대처하는 연습을 하세요.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후에 대한 극도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살 날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니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과 감정을 관리하세요.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해 노력 없이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잘 늙기 위해 투자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아요. 뿌린 만큼 거두는 법입니다.”
“나와 함께 늙어가자꾸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우리 앞에 놓여 있고
인생의 시작 또한 그 마지막을 위한 것이었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신의 뜻이고
신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모든 것을 내가 계획하였나니
젊음은 그 절반을 보여줄 뿐
나를 믿으라. 전체를 바라보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랍비 벤 에즈라'의 시의 첫 연.
착각 1 노인들은 다 비슷하다->나이들수록 생물학적으로 더욱 남다르고 독특해진다.
착각 2 살을 빼면 수명이 길어진다->마른 사람이 비만인 사람보다 사망 확률이 높다.
착각 3 나이들면 깜빡깜빡한다->80세 노인 중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사람이 80%가 넘는다.
착각 4 나이들면 학습능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생산적인 활동을 지속한다면 경험이 더해져 깊어진다.
착각 5 노화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생활방식을 잘 선택하면 노년의 삶의 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착각 6 노인은 사회경제적인 짐이다-> 생산라인 위주의 사고는 위험하다.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착각 7 노인들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 65세 이상 미국 성인 남녀의 70%가 40대때보다 성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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